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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말로그린사진

단조로운 일상.





















1

단조로운

일상







[아침에 일어나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하며 산골짜기 아무 데서나 세수를 한다.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갔다가, 수업을 마치면 기차를 타고 충무로의 신간 서점과 고서점들을 순방한다. 때로 음악다방에 들르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명동에서 을지로로, 청계천을 거쳐 헌책방을 순례하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김송의 청으로 대청마루에 앉아서 한 시간 가량 환담 시간을 가진 뒤 방으로 돌아와 자정까지 책을 보다가 잠든다.                          서촌라이프 " 육첩방 하숙생, 윤동주]






Y는 오늘이 수요일인줄로만 알았다. 수요일이라 믿고 있었는데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이라는 것을 인식했을때는 전시를 다 보고 버스를 이미 탔을때 였다. Y는 역에서 내려 어디든 걸어가봤다. 쉴만한 카페를 찾으며 걸었는데 벌써 한정거장 사이의 중간에 서있었다. 카페에 들어가 앉아 공부하던 책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지루할때 쯤 시를 한편 두편 읽었다.

Y는 가을을 놓쳐버린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가을은 짧다. 가을을 흠씬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지 이제 알만한 나이가 아닌가? 하고 자문해봤지만 아마도 다음 가을을 다시 기다리는 방법밖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Y는 오늘 오후에 들이킨 커피때문인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이상하게 커피에 대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기분에 커피를 끊을까 하고 짧은 생각이 스쳤지만 그럴 순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늘상 하는 생각이지만 늘 같은 결론이다.  Y는 잠이 안와 방을 서성거렸다. 마치 낯선사람의 방에 들어와 있다는 듯이 이책 저책을 들춰보고 책상에 앉아 네권의 파일을 넘겨보았다. 다시 잠자리에 누워 읽고 있던 책을 들어 읽었다. 분명 책을 읽으면 잠이 올거다하고 생각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마흔장 즈음 넘겼을때 주인공이 졸업반이 되었을때 쯤 책을 덮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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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자 없는

여자들










카페에 자주 간다. 책을 읽든 글을 쓰던 공부를 하든 주로 모든 정적인 모양의 것들은 카페에서 앉아 집중할때 동적인것들로 바뀐다. 어느날과 다르지 않게 카페엘 가서 창가자리에 자릴 잡았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늘 꽉차있던 창가자리가 비워져 있기를 여러번 약간의 선선함을 느끼며 의자가 내 몸인지 내 몸이 의자인지 의식이 멈출때 쯤 어떤 남자가 다가와 말을 시킨다. 갑자기 의식이 번뜩 깨어난다. 여러 곳의 카페를 가도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한번도 대해본적이 없기에 약간의 적대감과 약간의 설레임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낯선이라는 존재는. 그러니까 낯선사람이라는 존재는. 내 낯가림을 피라미드로 표현하자면 세모꼴 바로 밑에 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단계로 꽤 높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인데 낯.선.이 그것도 세모꼴에 포함되어 있는 낯.선.남.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나에게 말을 하기 그 0.0001초의 사이에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말하고 나선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말 없이 그 의견에 따라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서점에 자주 간다. 자주가던 서점을 둘러보다가 책장과 책장사이에 서서 보르헤스의 책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보르헤스의 단편집 첫장을 넘기고 첫 문장을 읽을때 쯤 불쑥 어떤 남자가 들어와 불쑥 말은 건다. 0.00001초의 사이도 없이 불쑥 들어와 말을 걸어서 아무말이나 지껄였다. 일단 낯선사람이고 또 세모꼴에 포함되어 있는 최전선의 낯선남자사람이였다. 생각할 틈도 없이 무언가를 부탁하는 통에 부탁을 듣고 해주었는데 또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도를 아십니까 아니면 사이비같은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다. 연락처를 적어주었는데 연락이 오면 무조건 차단해야겠다. 








































3

격몽

요결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야 하며 친구를 사귀는 데는 반드시 학문을 좋아하고 착한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서 사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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