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 없음과
의미 있음
어릴 적 난 산타가 있다고 믿지 않았다. 산타의 존재는 부모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산타의 존재를 언제쯤 눈치를 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왠지 난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님에겐 말하지 않았다. 산타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였는지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꼭 머리맡에 선물을 둘 장소를 마련해놓곤 했다. 부모님이 놓기 편하시게. 아주 어릴때는 선물을 받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부터는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내가 믿지 않는다는걸 눈치챈건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부모님과 언니의 손을 잡고 큰 마트에 가서 직접 선물을 골랐었다. 난 늘 똑같이 레고를 골랐는데 그 중 유일하게 기억남는 선물은 해적선을 만들 수 있는 고가의 레고 였다.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 카페에 앉아 당근에 대한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데 어떤 친구는 마트에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근을 샀다고 했다. 흙이 묻은 당근을 마트 야채코너 한켠에 마련된 봉지를 뜯어 당근 두개를 봉지에 넣기 까지 그리고 그 당근에 가격을 매기기 위해 기계에 당근을 올려 놓고 버튼을 계속이고 눌러대기 까지 그 처음 하는 행위에 큰 의미를 두고 당근을 샀다고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결국은 버튼을 눌러도 계속이고 가격표가 나오지 않자 지나가던 직원이 버튼을 눌러 자신이 아무리 눌러도 나오지 않던 가격표가 아주쉽게 나오더라고 그리곤 가격표를 붙여 주고 아무말 없이 가벼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군 자신이 처음산 당근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당근 두개의 의미가 정말 소중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그 친구의 말에서 나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나는 물론 당근, 고구마, 감자, 양파, 각종 과일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사보았지만 당근을 살때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당근은 그저 당.근. 일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당근이라는 예를 들어서 뭐가 와 닿지 않을 수 도 있겠지만 그 친구의 당근이 아주 큰 의미의 당근임을 알고 나니 나의 당근이 약간 섭섭할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그저 무의미하게 지나쳐버리는 날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으리하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날이 찾아왔을 때 내 하루에 매시간에 의미를 두었다.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줄줄 알았던 더 외롭게만 만들줄 알았던 의미없음이 의미 있음으로 바뀌고 의미 있음으로 인해 아주 소중한 날이 되어있었다.
2
새날
아침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첫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있고 새로 다짐하고 다짐 목록을 적어대는 것이 정당화되는 날이 있음에 감사한다. 아침이 없었다면 저녁의 나는 어두움에 지쳤을 것이고 첫날이 없었다면 마지막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살았을 것이다. 새날이 있음을 감사한다.
3
일년 내내 100퍼센트
사랑해줄 사람
#
"있잖아, 혹시 네가 싫지만 않다면,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거 잘 알아"
"할 수 있는 말?" 나는 깜짝 놀라 되 물었다. "그거 무슨 뜻이야?"
........
"...적절한 말은 다른 내가 아는데, 여기 있는 나는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거야... 이런 마음, 알겠어?"
"많건 적건 누구에게나 그런 느낌이 있어. 다들 표현하고 싶은 걸 정확하게 말 못 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잖아."
내 말에 나오코는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하고는 좀 달라." 나오코는 그 말만 하고 더는 아무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
"그게 아냐.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를 바라진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 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 거야."
"그건 사랑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난 좀 어이가 없었다.
....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얘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내게는 그게 사랑이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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