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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말로그린사진

나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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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려고 출근하는 사람들











어릴적 일요일 아침 아홉시가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디즈니 만화동산을 즐겨 봤었다. 일요일이 좋았다. 왜 좋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디즈니 만화동산이 하는 날이고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좋아했을 거다. 일요일이면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고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가곤 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어린이였던 난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무료했던 예배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어릴적이니까 어른들의 예배시간은 길고 긴 지루한 시간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교회에서 밥을 먹고 집에 오면 전국노래자랑이 하는 시간쯤 이었고 일요일의 오전은 금방이고 지나갔다. 나는 어린이 답게 만화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에 들곤 했다. 그날의 일요일 오후를 생각하면 고요했다. 낮잠에서 깨어나 방을 둘러 보면 의미 없이 켜진 티비 소리와 적막한 기운이 방을 맴돌고 어수룩한 빛이 방을 감쌌다. 감정이라곤 '기쁨', '슬픔' 밖에 모를 것 같은 혼자서 가본곳이라곤 동네 골목이 전부였던 어린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마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지독히도 따라다니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아마도 그때 내가 처음으로 맞딱드린(현실적인 직시) 생소한 감정일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일요일의 낮잠은 본능적으로 피한다. 일요일에 잠이 들어버리면 깨어난 후의 밀려드는 공허함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인건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은 생각을 몰고 온다.








이젠 일요일의 밤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어른들이 세상에서 겨우내 살아내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월요병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곤 하는데(나는 다행히도 월요병에 걸린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월요일을 참 싫어한다. 월요일은 쉼의 끝이고 일의 시작이며 다시 5일을 일해야 하는 출발선이니 다들 일요일 저녁만 되면 개짓는 소리도 듣기 싫어한다. 월-월- 짓어댄다고. 근데 그 월요일을 견디게 하는 아주 사소한 힘이 존재한다. 물론 많은 직장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주말을 보며 견뎌내지만 월요일의 아침, 화요일의 오전, 수요일의 오후를 견뎌내게 하는 목요일의 오전, 금요일의 아침을 즐겁게 만드는 힘, 그 작은 기쁨이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장인들과 다르게 일주일의 3일 정도를 출근 하는 나는 그 3일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커피라고 확신한다.(물론 그렇게 힘이 드는 일은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출퇴근이라는 것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은 존재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때면 책상에 자리잡고 신문을 펴고 커피 먹을 생각부터 한다. 친구와 문자를 하며 친구에게 커피! 커피! 커피를-! 커피땡긴다! 하고 전송하곤 한다. 회사 앞의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책상에 앉아 정말 현실로 내앞에 마주하게 되는 커피를 쓰읍하고 마실때면 세상 그 어느 누구 보다도 행복하다. 그때 그 순간 만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크게 외친다(마음속으로) 물론 커피 말고도 둘러보면 다른 부수적인 사소하고 작은 기쁨들은 곳곳에 있다. 그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건 물론 내 몫이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믿는 나는, 그 기쁨들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더해 살아가려고 노력 해본다. 갑자기 밀려드는 파도에 휘청거릴지언정 작은 기쁨들을 찾아내어 작고 소소한 기쁨들을 넘치게 누리며 살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커피 마시려고 출근 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이 우릴 움직이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근데 잘 말해졌는지 모르겠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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