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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그 사람 눈동자가 갈색인지 검정색인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 한적이 수도 없이 많지만 나는 그 사람의 눈동자 색도 모르고 있으니 눈을 보고 이야기 했다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가 없다. 눈을 보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음에도 나는 그 눈을 들여다 보았던게 아니고 내안에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 내것만, 내안에 것들만...그 사람의 눈을 가려낸채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점의 위치, 주름진 눈가, 여드름 난 자국, 한쪽으로 진 쌍가풀, 볼 위에 상처, 귀 옆에 개미동굴, 선이 확실한 인중, 낮지도 높지도 않은 코, 제일 잘생긴 귀, 어울리지 않게 작았던 손, 괴롭히고 싶은 뒷머리, 살갗에 닿을때 마다 전해졌던 온기 같은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많은 부분들은 잊혀지질 않는데 눈동자는 유독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걸까.
확인을 요구하는, 확신을 바라는, 그것이 아직 그곳에 있을까라는 의문, 나와 같은 마음일까에 대한 질문, 너의 느낌을 바라는 마음, 느낌을 요구하는 버릇.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매우 뻔뻔해 보였지만 그 사실은 사실이었다. 네가 날 계속 좋아해준다는 것을 말할 때 그 말을 그 말대로 믿고 있었고 의심하지 않았었다. 너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그 믿음은 견고 해졌고 그 날들동안엔 셀 수 없는 질문들로 밤을 보냈다. 나를 얼만큼 좋아하느냐고 내가 어디가 좋으냐고 오늘은 내가 어디가 좋냐고 내일도 내가 좋을 것 같냐고 지금은 내가 어디가 좋냐고 내 어디를 좋아하느냐는 모든 질문들에 어떤 날은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고 어떤 날은 장난스럽게 대답해주었고 어떤 날은 그만 물어보면 안되겠냐고 이젠 대답할 말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너무 어렵다고 투정부리듯 넋두리를 했었다.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건 분명 알고 있었고 앞으로도 나를 사랑해 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매일 같은 질문에서 나온 확신이었을까? 매일 같이 확인 받은 말에서 나온 믿음이었을까? 너의 느낌이 무엇인지 바라는 내 마음이 버거웠을까 생각하지만 그 버거운 마음까지 알고 싶은 내 마음은 너에 대한 믿음 없음이 아닌 너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질문이라고 여겨졌다
2014.08. 제목이 없는게 제목 중
네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얘기했다.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꺼내 놓는 이유들에 웃음이 났다. 또 물어봐도 또 다른 이유를 열거하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어지는 말들에 이유를 말하라고 했더니 너무 쉽게 말해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넌 그렇게 단순하고 또 단순하지 않으며 또 무겁지도 가볍지 않게 이야기를 벌려 놓고선 그냥 웃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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