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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말로그린사진

그동안.






1

어느덧

가을




뜨거웠던 기억이 지나간다. 환절기에 걸맞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은 여름날씨를 방불케한다. 환절기때마다 찾아오는 각종 바이러스들은 나를 너를 괴롭게 한다. 괴로움을 잊어버리게 하는 좋음들이 들어난다. 좋아하는 브랜드 옷 가게에는 가디건이 이미 진열되어 있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기 보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찾게된다. 이른 아침 152번 버스는 에어컨을 틀지 않기도 하고 차창문을 열어놓은 장면을 많이 보게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은 반팔을 입은 사람반 긴팔을 입은 사람반 이다. 가끔씩 내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느껴질때면 가라앉던 기분에 금새 생기가 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느덧 가을이다. 가을을 인지하지 않으면 쉽게 놓쳐버리길 여러번. 가을을 느끼자 하고 느끼려고만 하면 불쑥 찾아드는 추위에 또 다시한번 가을을 놓치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게된다. 시간은 시간일뿐 달력을 유심히 보지 않고 그날그날에만 집중하길 서너달 벌써 넉달이 지나있다는게 무얼하면서 시간을 보낸건지 그 시간이 또 아쉽다.

















2

종이한장의

연약함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다. 특별하다는 것. 그래도 무언가가 되어 그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을 했었다. 그 무언가라는 것의 강도를 깨닫고 보니 연약함을 발견했다. 진실이 존재한다면 거짓이 존재하고 빛이 있다면 곧 어둠이 찾아오고 차가움이 있다면 뜨거움이 있는 것을 알고 행복이 있다면 불행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알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건 큰 오판이었음을 알게됐다. 종이한장의 연약함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나 뚫려버린 구멍들에 속절없이 꾸겨지고 찢어져버린다. 날카로운 것들을 온몸으로 막기도 전에 찾아드는 연약함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종이한장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가만히 있기로 했고 종이뒤에 강철판을 덧대어 달라고 기도했다.




















3

장비가 없어서 

등산을 못한거라고






날로날로 약해지고 줄어드는 체력에 어찌할바를 몰라. 등산을 택했다. 등산을 등산이란 등산엔 등산과 등산등산 산이라면 질색을 했었다. 산은 밟는 것이아닌 바라보는 것이요 손으로 그려보는 것이요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요 공기를 맑게 해주는 것이요 라고 잠정 결론을 짓고 살아온지 이십년 왜 등산을 택했냐고 왜 산이냐고 왜 그런거냐고 묻는다면 등산화가 생겨서이다.라고 확정하긴 어렵지만 확정하지 않기도 어렵다. 돈안들고 할 수 있는 전신운동, 한라산을 등반하겠다는 목표까지 더해져서 등산을 하겠다는 의지에 불을 지폈다. 서울에 있는 많은 산을 연습으로 삼아 오르고 나면 한라산을 잘 오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니 콧구멍이 벌렁인다.





















4

나이의 온도





나이에 온도라는 것이 있다면 현재의 나이와 비례할까 생각했다. 현재의 나이와 비례한다면 나도 나이가 먹는 만큼 온도도 같이 올라가고 있을까 자문해보지만 그만큼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는 따뜻함엘 향해 가고 있는데 온도는 아직 5도에서 6도 정도는 부족하지 않을까.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해보지만 멈춰버린것 같은 선선한 온도에 그 생각은 다시 차가워져 버린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언제부턴가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이미 5년전에 멈춰 버린것 같았던 나이는 성실하게도 한살 한살을 더하고 있었다. 






















5

사랑의

범위






문득 사랑이라는 것의 범위를 생각하게됐다. 

사랑의 범위를 따지게 된다면 얼마정도 일까 그것을 수치로 매길 수 있을까란 질문에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범위일꺼란 답에 도달했다. 세상엔 사랑이라는 것에 각종 정의가 존재하지만 세상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 말고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생각에 다 닿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사랑을 깨닫고 사랑에 매여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린 그 사랑을 깨달을 수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다. 깨달으면 사랑이고 깨닫지 못하면 사랑이 아닌걸까. 사랑을 경험해야만 그 사랑을 알 수 있는 걸까 사랑을 경험하지 않으면 그 사랑을 모르는 걸까.

문득 사랑이라는 것의 범위를 생각하게됐다. 


























6

J의 단상






J는 버스에서 여자들의 위대함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자, 특히 서울에 살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대단함을 나열해 보았는데 그 대단함의 종류는 이런 것들이었다. 첫번째,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높은 구두를 신고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며 계단을 올라가며 내려간다. 높은 구두를 신고 버스에 오르고 내리며 자리가 없으면 자주 자주 멈춰서고 가는 버스에 서서 중심을 유지한다. 두번째,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닌다. 짧은 치마를 입고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며 계단을 올라가며 내려간다. 내려가는건 개의치 않지만 계단을 올라갈때면 들고있던 가방을 엉덩이에 대고 오르기에 바쁘다. 지하철에 앉아있을때면 자꾸 신경쓰이는 치마를 내리며 불편하게 앉아 있는다. 세번재, 화장을 하는 여자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대면 하게 되는 여자들의 얼굴이 완벽하게 잘 마쳐진 화장을 대면하게 될 때 도데체 몇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길에 오르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는 여자를 접할때면 여자들의 대단함은 다시 들어난다. 그리고 이 모두를 총괄하여 화장을 하고 짧은치마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여자를 대면할때면 그 위대함은 극에 달한다. J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자의 위대함을 접할 때면 이 여자들의 위대함에 대한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하게 한다. 서울이란 도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위대함일까 아니면 원래 갖고 있는 원천의 어떤 힘일까? 아니면 한국 여자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대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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