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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보통의 일상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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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어르신들은 그러니까 이 지역의 어르신들은 다른 곳(지방쪽)의 어르신 보다는 뭔가 아주 과격한 느낌이다. '과격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듯 하다. 나만 그런 어르신들을 봐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이 곳 어르신들은 과격하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멀리서 오고 있었다. 정류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줄이라고 하긴 그렇고 그냥 버스를 기다리며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많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 중에도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그 버스에 오를 태세로 서 있었다. 난 적당한 곳에 자릴 잡고 버스가 서길 기다리며 마침 내 앞에 정지한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묵직한 것이 날 밀어댔다. 그 무게에 옆으로 쏠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이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날 밀며 버스안으로 빠르게 들어가셨다. 








2

초록의 색을 가진 지하철을 타게 되면서 초록의 색을 가진 지하철에 관련된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본다. 초록의 색을 가진 지하철은 초록색의 파릇파릇함 푸르름하고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구지 어울리는 말을 찾아보라면 낡은, 빈티지한 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인다. 바로 앞으로 초록색의 치마를 입고 검은색의 시스루의 옷을 걸친 여자가 섰다. 한번의 눈짓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이 끝났다. 잠시 잠깐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표정에서 눈빛에서 잠시의 짜증을 느꼈다. 원래 표정이 짜증을 품고 있는 건지 아침 출근길에서 짜증이 난건지는 알도리가 없다. 여자의 발이 후들후들 거린다. 여자가 신고 있는 구두는 보라색을 띄고 있고 금장의 장식이 박혀 빛나고 있다. 빛나는 구두와는 달리 구두에 온몸을 의지하고 서 있는 여자는 자꾸만 휘청 거린다. 










3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버스를 타야만 한다. 걸어가기엔 애매하고 택시를 타기엔 가까운 그래서 이곳에선 버스가 제일 효율적 이다. 녹색의 버스를 타도 되고 파란색의 버스를 타도 된다. 파란버스는 특히 저상버스가 많다. 가끔 타요버스가 오기도 하지만 타요버스는 타요버스일 뿐이다. 저상버스를 타고 달릴때면 피우우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그대로 피우우웅 - 바람이 빠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버스가 힘들어 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피우우웅하고 소리가 들릴때면 버스는 추욱 하고 가라 앉는다. 가라 앉을 때면 가라 앉는 느낌으로 달리는 느낌이 좋다. 추욱 늘어지면서도 달리고 있는 버스의 느낌.












4

이렇게 생각했다. 모두들 겁을 먹고 있다고 모두가 겁쟁이라서 겁쟁이인 것을 숨기기 위해 틀기지 않기 위해 앞만 보며 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 겁쟁이들은 겁쟁이에 의해 겁쟁이가 되고 겁쟁이가 된 겁쟁이는 또 다른 겁쟁이로 인해 겁쟁이가 된다. 우린 모두가 그렇게 겁쟁이면서 겁쟁이가 아닌듯 행세한다. 겁쟁인 어디서 봐도 겁쟁이다. 겁쟁인 겁쟁이에게 발각되지만 겁쟁인 겁쟁이라서 겁쟁이들을 서로를 겁쟁이 답게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