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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의 usb/Thailand: 15F540C

SIAM. Phattanakan 44.
















1

쏟아지는 잠을 이겨 낼 재간이 없다. 그리고 이겨 낼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내리 잠만 잤다. 아침 일찍 아빤 공항에 갔고 아빠의 첫 해외여행은 오늘부로 끝이 났다. 아빠를 마중하고 다시 집에 들어와 잠을 청했다. 어제 늦게 잠을 잔 연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밖으로 다녔으니 내 몸상태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로 오늘은 푸욱 쉬자 했다. 공항까지 마중나간 언니가 돌아와서 잠깐 일어나 망고를 먹었다. 그리고 내가 있던 방에서 아빠가 있던 방으로 짐을 옮겼다. 다시 낯설은 공간에오니 또 잘 잘 수 있을까 잠시 걱정했지만 오늘 종일 이 방에서 잘잤으니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하다.



아빠가 가고 난 뒤, 한국에서 곧 보니까 괜찮겠지 하고 예상했다. 그래도 누가 있던 자리가 텅비어 버리면 약속이나한듯이 허전함이란 감정은 찾아오기에 난 그 허전함을 받아들이고 슬퍼했다. 슬퍼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슬펐기에 그냥 조금 울어버렸다.














2

오후에 빨래를 했다. 세탁기가 있지만 약한 옷들은 손빨래를 해야 하기에 집앞에 마련된 한국으로 치면 수돗가 같은 곳에서 빨래를 했다. 세제를 풀고 하얀 티셔츠를 담가 더러워진 옷을 빨아내고 있는 행위에서 기쁨을 느꼈다. 깨끗해지는 옷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듯 했다. 옷을 조물조물 줄물러 비눗기를 없애고 여러번 헹궈 피죤에 담갔다가 손으로 쭈욱 짜고 탈탈 털어 볕 좋은 곳에 널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손으로 물기만 짜내면 금방 마른다고 한다. 잘 빨아진 옷을 구경하다 집에 들어와 아이스커피를 한잔 천천히 마시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오늘 다 읽으려고 했는데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밀려드는 잠에 책을 접고 다시 잠이 들었다. 꿈도 꾸지 않고 잘 잘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숙면을 할 수 있다는건 큰 축복임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내일을 기대해본다. 오늘 하려고 했던 앞으로의 계획은 낮잠으로 하지 못했지만 BTS를 타고 방콕 전역을 돌아다니는건 어떨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