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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고 싶어도 일찍 떠지는 눈이 야속하다. 일찍 일어나도 별반 할일이 없다. 점심즈음 나간다고 했으니까 대여섯시간은 기다려야하는데 침대 옆에 놓여져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어디에서든 이승우 작가의 책은 읽기가 아깝다. 조금씩 읽자 하는데 또 그럴 수도 없는게 계속 읽고싶다. 작가님은 아무래도 책을 계속계속 쓰시는게 좋겠다.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나의 내면을 위해서도 앞으로 수십권은 더 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콕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방콕은 정말 넓고 넓다. 오래간다 싶었는데 아직 방콕이고 멀리왔다 싶었는데 그곳도 방콕이었다. 아빠와의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나는 밖으로 잘 다녔지만 아빤 이번이 첫 해외여행이니까 많이 설레여 했던 것 같다. 내색은 안해지만 말이다. 오늘로서 4일째로 접어들었다. 아빤 잘먹고 잘자고 잘다니고 있다.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초딩같은 면모를 보여줘서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늘은 뜨거운 커피를 쏟는 큰 사고를 쳐서 언니가 조금 데였다. 그래도 빠른 순발력으로 커피를 피해서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한번 데여본적이 있어서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내일모레 아빠가 혼자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걸 생각하면 조금 걱정이 된다. 내심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어차피 금방 보니까 괜찮겠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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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유유히 가고 있었다. 배는 안정적이었고 음악이 있었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들리고 물이 조명에 반짝 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있었다. 그래 음식을 후룹하고 먹고 있는 중이었다. 먹고 있는 상태로 울컥하고 뭔가 올라왔다. 뭔가 했다. 왜일까 갑자기 불쑥하고 올라오는 걸까. 답이 없음에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우울했다. 슬펐다. 금방이라도 울수도 있는 상태였다. 기분이 뚝 하고 떨어진다. 울컥하고 올라 온 것은 우울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날 우울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불쑥 들어와 버린 우울에 짓눌러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잠시동안이었다. 우울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 우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금에와서 생각하고 그 우울의 이유를 적어내려고 하지만 뭔가 하고 생각하려해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생각하지 않으련다. 울컥은 우울컥의 줄임말인가? 시덥찮다. 그냥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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