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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퉁퉁 붓는다. 이 나라에만 오면 매번 붓는데 왜라고 물으면 날씨 때문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부은 몸으로 걷고 생활한다는게 참 불편한 일인걸 느꼈다. 아빠도 이제 내일이면 가니까 마지막으로 마사지를 하러 갔다. 붓기도 뺄겸. 마사지라면 사죽을 못쓴다. 한때는 마사지하는 사람이랑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마사지를 좋아라 하는데 이번에 태국와서 받는 마사지는 뭐랄까 좀 뭔가 힘들다. 분명 시원하고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 지는걸 느끼는데 마사지를 받을 때 조금 고통이 따르는게 이상하다. 예전에는 시원한 감각으로만 받았다면 이젠 뭔가 삐걱거리고 아프고 그렇다. 몸이 굳어 버린것일까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가 마사지하는 사람이 잘 못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시원하니까 그걸로 됐다 한다.
아빠가 가고 나면 자유롭게 여행다닐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도 내일 간다니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초등학생 처럼 이것저것 신기하게 바라보고 만지고 실수하고 질문하는 아빠를 보면서 아빠랑 이번여행을 참 잘왔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비록 아빠랑 뭐 많은 대화를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가 처음하는 해외여행을 딸들과 함께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한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엔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여행오자고 그러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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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더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더 엄청 많이 대박 수없이 무한으로- 두달정도 다니면서 집에 있던 날이 이틀이었던가? 저번달부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여행아닌 여행을 하고 있다. 부안에서 거제로 거제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태국으로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하는데 또 이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집에가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긴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여행을 하면서 또 사진을 찍으면서 또 글을 쓰면서 또 책을 읽으면서 또 맛있는것도 왕창 먹으면서 이렇게 평생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물질적인 것들이 가로막고 현실의 무게감으로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일년에 한번 한두달 정도는 못해도 한달정도는 이렇게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 아니 이렇게 살거라고 조용히 다짐해보고싶다.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여행은 한번도 날 실망시킨적이 없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을 끝내는 것 까지 모든 것이 여행의 연장선에 있어 여행을 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그 어려움이 여행의 묘미인듯 하다. 앞으로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아빠가 가고 난 뒤의 자유여행같은) 그 계획이 실제가 되는 과정을 볼것이고 느껴보려고 하는데 조금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 무얼 해야할지 고민하는것보다 무얼 하고싶은지 고민해야겠다. 두려움이든 설레임이든 무엇이든 여행속에서는 모두 다 가지고 갈 자신이 생긴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도 힘껏 우울해보자.
20140426 : SIAM. 여행의 그 끝은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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