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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와서 혼자 방을 쓴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기도 하지만 원하지 않기도 했다. 이 곳에 와서 첫번째 밤을 보냈다. 어제 분명 눈꺼풀은 엄청난 무게로 내려 앉았고 몸과 머리는 무거웠으며 빨리 잠을 자라고 머리속에선 명령을 내렸다. 잠들기 위해 누웠고 분명 금방 잠이 들거라 생각했지만 금방 잠이 들진 못했다. 나는 낯선곳에서 자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늘 잠을 자던곳이 아닌 새로운 환경 즉, 낯선 곳에서 잠을 이룰려고 들면 온 군데 모든 감각들이 살아나 모든 소리와 촉각에 예민해져 잠에 깊게 들지 못한다. 혼자 있던 옆에 누가 있던 상관 없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낯설다는 것에 예민해져버린 감각은 나를 반수면의 상태로 지속 시켜주었다.
반수면이어서 그런지 그냥 일찍 일어나자 했다. 이럴바엔 빨리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게 나을거라 판단하고 일어나자마자 물을 들이키고 옆으로 누워 책을 읽었다.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몸은 피곤하고 잠도 못잔 상태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썩 나쁘지 않고 도리어 좋기까기 했다. 그렇게 누워 이리저리 책을 읽다 냉장고에서 망고를 꺼내 망고를 야무지게 까서 요거트에 넣어 망고+요거트를 먹었다. 냉장고에서 망고를 꺼내 먹는다는 행위에서 아 - 맞아 난 방콕에 있구나를 몸소 실감했었다. 망고를 먹다니 그것도 노오란 망고를 냉장고에서 직접 꺼낸 차가운 잘익은 노오란 망고를. 망고가 그러니까 노랗게 잘익은 망고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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