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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보통의 책장

Duft der Zeit.












1

경험 또한 시간적 확장 여러시간 지평의 착종을 바탕으로 한다. 경험의 주체에게 과거는 단순히 사라지거나 버려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의 현재, 그의 자기 이해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남아 있다.










2

왜나하면 조급성과 공허한 지속은 동일한 원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낮의 조급성은 텅 빈 형식이 되어 밤을 지배한다. 이제 시간은 아무런 받침대도, 붙들어주는 중력도 사라져버린 상태에서 마구 쓸려가며 간단없이 사라져간다. 이처럼 휩쓸려가는 시간, 멈추지 않고 흘러 없어져버리는 시간은 밤을 공허한 지속으로 변모시킨다. 공허한 지속에 내맡겨진 상태에서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3

한밤중에 깨어나면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 순간에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차츰 기억이 찾아왔다. 마치 스스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허무에서 나를 건져주려 위에서 내려오는 구원자처럼 1초 만에 나는 수세기의 문명을 건너고, 석유 등잔과 풀어진 셔츠의 희미한 이미지에서 서서히 나의 자아가 본래의 모습대로 새로이 만들어 졌다. 밖에서 들려오는 무심한 익명의 소리나, 불면증과 공허한 지속을 대단히 특징적으로 표현하는 시계의 커다란 똑딱 소리 대신에, 뭔가 맑은 울림이 있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밤의 어둠 또한 만화경처럼 다채롭고 생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는 다시 잠이 든다. 그러고 나서는 이따금 잠에서 깨어나지만 그것을 아주 잠시뿐, 판자가 삐걱하는 소리를 듣거나 어둠의 만화경에 눈길을 한번 줄 정도의 시간, 잠깐 돌아온 의식 덕분에 잠의 기분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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