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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말로그린사진

제목이 없는게 제목.

































1

확인을 요구하는, 확신을 바라는, 그것이 아직 그곳에 있을까라는 의문, 나와 같은 마음일까에 대한 질문, 너의 느낌을 바라는 마음, 느낌을 요구하는 버릇.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매우 뻔뻔해 보였지만 그 사실은 사실이었다. 네가 날 계속 좋아해준다는 것을 말할 때 그 말을 그 말대로 믿고 있었고 의심하지 않았었다. 너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그 믿음은 견고 해졌고 그 날들동안엔 셀 수 없는 질문들로 밤을 보냈다. 나를 얼만큼 좋아하느냐고 내가 어디가 좋으냐고 오늘은 내가 어디가 좋냐고 내일도 내가 좋을 것 같냐고 지금은 내가 어디가 좋냐고 내 어디를 좋아하느냐는 모든 질문들에 어떤 날은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고 어떤 날은 장난스럽게 대답해주었고 어떤 날은 그만 물어보면 안되겠냐고 이젠 대답할 말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너무 어렵다고 투정부리듯 넋두리를 했었다.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건 분명 알고 있었고 앞으로도 나를 사랑해 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매일 같은 질문에서 나온 확신이었을까? 매일 같이 확인 받은 말에서 나온 믿음이었을까? 너의 느낌이 무엇인지 바라는 내 마음이 버거웠을까 생각하지만 그 버거운 마음까지 알고 싶은 내 마음은 너에 대한 믿음 없음이 아닌 너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질문이라고 여겨졌다. 





















2

바다에 떠있는 이불 위 한가운데 태아처럼 웅크린 내가 보였다. 그 망망대해에서 이불 밖으로 내 몸중 일부가 그러니까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도 나간다면 난 죽고 말거란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고 웅크린 몸을 펼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웅크릴수 있을 만큼 내 몸을 웅크려댔다. 이불은 가라앉지 않고 넓디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자리잡고 둥둥 떠다녔다. 그 이불위에 웅크려 있는 나라는 존재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빨리 이 바다에서 구해지길 육지와 연결되어지길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길 기도하고 있었다. 



















3

아직 너는 그게 전부이니까 전부처럼 말해서 전부인 것을 이야기 해줄 순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와 네가 가진 전부의 모양이 달라서 내 전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 진리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진리일 건데 진리는 단 한가지의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 이고 그 진리를 모르기에 진리를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나를 알 수 있을까 어떻게 너를 알 수 있을까 피해야 할까 피하지 말아야 할까 그냥 두어야 할까 그냥 두지 말아야 할까 그냥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두지 않아야 할까 내말을 받아낼 수 있을까 지금의 너는? 받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받아내지 못함조차 받아내는 것이기에 그것을 내 생각대로 말해주어야 할까 생각했다. 나의 나 됨으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과 너의 너 됨으로 인해 상처받는 것들이 상처일거지만 그 상처가 우리를 이어 준다고 생각헀다. 



세상엔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그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을 큰 숲으로 보기엔 아직 내 지혜와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중이다. Why me.가 how가 되어야 한다는 설교에 Why가 아니면 이해되어지지 않는 것들을 붙잡아 물고 늘어지려는데 끈기가 부족한 난 또 금방 포기해 버린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속속히 들어나는 세상의 악한 무리들이 꼭 이런 방법이 아니면 들어나지 않았을까? 꼭 다른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만 그들이 들어나야 했을까 고민해보지만 더이상 나아가지 않는 생각의 꼬리들이 어지럽게만 놓여져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그 고통이 나에게도 닥치진 않을까라는 염려와 두려움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그 고통의 무게, 어떤 무게 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그 고통의 덩어리가 밤이 오면 아침이 오듯 빨리 희미해지길 기도하고 있다. 


















4

우리 엄만 나를 낳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우리 엄만 나를 낳고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우리 엄만 나를 낳고 버겁지 않았을까, 우리 엄만 날 낳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 우리 엄만 나를 낳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고 엄마의 주름이 점점 늘어가고 엄마의 눈은 점점 깊어지고 엄마의 손톱은 점점 부숴지고 엄마의 손은 점점 뭉뚝해지고 엄마의 눈물은 점점 많아지고 엄마의 걱정은 점점 더 해가고 엄마의 생각은 점점 많아지는데 엄마는 점점 늙어 가는데 우리 엄만 언제나 엄마의 모습으로 서있고 앉아있고 누워있다. 앞으로도 엄마가 엄마의 모습으로 존재하길 바라지만 우리엄마가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잃어 갔을 날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