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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보통의 책장

여행의 기술.














출발 

1. 기대에 대하여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일의 역동성 -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인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드물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 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의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미래에 대한 근심은 우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 듯하지만, 정작 그것을 돌이켜보는 것은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장소로부터 돌아오자마자 기억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며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 즉 우리가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어떤 곳에 대한 기억과 그곳에 대한 기대에는 모든 순수함이 있다. 각각의 경우에 도드라져 나오는 것은 장소 자체이기 때문이다.



2.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을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해줄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엄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내 정신이 어려운 관념에 부딛혀 텅 빌 때마다 의식의 흐름은 창 밖의 대상에 달라붙어 몇 초 동안 그것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또 새로운 생각의 똬리가 형성되어 아무런 어려움없이 술술 풀려나가곤 한다. 몇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다 보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동기

4. 호기심에 대하여

여행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물을 볼 때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며, 질문이 없으므로 흥분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은 질문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뭔가가 떠오를 때는, 엉뚱한 것이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풍경

5.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관습에 따른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앞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의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초자연적인 것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맛보게 하는 것.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보고 있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자연과의 접촉이 아무리 유익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연 속에서 보낸 사흘의 심리적 영향력이 몇 시간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억 속에서 그곳을 불러낼 때 마다 그의 영혼은 힘을 얻었다. 이렇게 알프스가 그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남게 되자 그는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되며, 그 장면이 우리의 의식을 찾아올때마다 현재의 어려움과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 속의 이러한 경험응 시간의 점이라고 불렀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 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예술 

7.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나는 그림속에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고마움, 나의 사랑을 집어넣고 싶어. 우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가능한 한 충실하게 그릴 거야. 하지만 그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자의적으로 색채를 다루는 사람이 될거야. 나는 그 사람의 금발을 강조할 생각이야. 심지어 오렌지 색조, 크롬 색이나 밝은 레몬 빛 노란색으로까지 가려고 해. 머리 뒤에는 초라한 방의 보통 벽을 그리는 대신 무한을 칠할 거야.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풍부하고, 가장 강렬한 파란색으로 아무런 무늬 없이 배경을 깔아버릴 거야. 이렇게 환한 머리와 풍부한 파란색 배경을 단순하게 결합하여 신비한 효과를 얻어낼 거야. 짙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별을 보는 느낌이 들도록... 오, 맙소사.... 고상한 사람들은 이런 과장이 만화 같다고 생각하겠지.


화가는 단지 재련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선택을 하고 강조를 한다. 그들이 그려낸 현실의 모습이 현실의 귀중한 특징들을 살려내고 있을 때에만 진정한 찬사를 받는다.




알랭드보통[여행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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