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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 희미하게 보이는 어떤 현상. 지금이라도 무엇을, 가령 공모전이나 영어회화나 글쓰기 소설쓰기 시쓰기 같은 것을 아는 것 다이어트 라든지 건강해지는 식습관 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아직 29이고 벌써 29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어떤 것들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만약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편을 달라는 투로 말을 한다면 아주 시원하고 천박하게 그들의 편을 들어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사실 그게 잘 안된다. 공감 능력 같은거. 옳고 그름에 익숙해진 내 뇌는 따져 묻는다. 온전히 그들의 편이 되어 김애란작가가 편혜영작가에게 그러듯이 '아주 - 시원하고 천박하게' 그들의 편을 들리라 마음 먹었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한고비를 넘기고 다섯시간이라는 경의로운 시간을 이곳에 뿌리박은 듯 앉아 있다. 진짜 작작해라. 커플도 왔다가고 교생실습을 마친건지 교생복을 입은 교생티를 내는 사람들도 왔다가고 상아저씨들도 왔다가고 나랑 비슷하게 들어와 몇시간이고 수다를 떠는 여자들도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아직도 앉아있다. 근데 어디든 앉아 있을 곳이 내 몸 받아 낼 곳이 필요하다. 콘센트가 있고 가요가 나오지 않는 카페면 아무곳이나 괜찮다. 물론 와이파이도 되야한다. 아 그리고 화장실도 깨끗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주는데 왜냐고 물어댔다. 왜? 왜? 왜냐고 왜 묻냐는 말에 아잉-하고 답했다. 왜냐고 왜 물었을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면 되지 않을 것이지 않은가.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는 모습에 이번엔 왜냐고 묻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네가 준 책 잘읽어야지 하고 직접적이지도 않고 간접적이지도 않게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렇지 않은 마음에 내 마음이 지잉하고 동했다. 매번 동하지만 이번엔 지잉하고 동했다.
아침에 아니지 정오에 눈을 뜨고 처음 드는 생각은 그래 어디 갈데까지 가봐 어디해봐 라고 센척을 해댔다. 이젠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고 어디 한번 해보라고 배를 내밀고 으시댔다.
거울이 깨졌다. 피가 방바닥에 말라 붙어 있었다. 깨진 거울로 내 모습을 비춰보니 깨져보이게 보였다. 이 거울은 이 전신거울은 내가 이집에 들어올때 인터넷으로 9,900원에 산 거울이다.
아무렇지 않게 날보며 "너 아무개니?"하는 모습에 약간 공포심이 들었다. 그것도 웃으며 나를 예쁘다고 칭하며 나한테 할필요 없는 입에 바른말을 해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냐고 물었다. "아니야 아빠랑 대화좀 하고 나오는 길이야- 그래 들어가라"하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얼핏 보고 몸을 피하듯 집으로 발걸음을 종종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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