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미래로 도망친다. 그들은 시간의 축 위에 선이 하나 있고 그 너머에는 현재의 고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상한다. 그러나 테레자는 자기 앞에 이 선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뒤돌아보는 시선만이 그녀에게 위안이 될 뿐이었다. 그때도 일요일이었다. 그들은 자동차를 타고 프라하에서 멀리 빠져 나갔다.
2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 갔다. 테레자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 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적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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