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울과 렌즈는 두 가지 사물이나 사실, 같은 것이다. 어떤 모습을 카메라로 잡으려고 하는 인간이 카메라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댈 때 렌즈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그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왜 이걸 선택하고 저건 선택하지 않는가? 결국 한 인간이 선택한 모습이나 순간은 그 인간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열쇠는 아닌가. 이때 세계는 결국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2
다음 계절은 한 계절을 배신한다 딸기꽃은 탁한 밤공기를 앞지른다 어제는 그제로부터 진행한다 덮거나 덮힌다 성냥은 불을 포장한다 실수는 이해를 정정한다 상처는 상처를 지배한다 생각은 미래를 가만히 듣는다 나중에 오는 것은 적잖이 새로운 것 네가 먼저 온다 시간은 나중에 온다 슬프게 뭉친 것은 나중까지 오는 것이다 희부연 가로등 밑으로도 휑한 나뭇가지로도 온다 한번 온 것은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시험도 결심도 않는다 시간은 나중 오는 것이다 네가 먼저 오는 것이다 [창문의 완성]
이병률[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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