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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같지 않은 이유.
너무 착해. 옷을 참 예쁘게 입어. 그 사람 눈빛이 좋아. 웃을때 보이는 잇몸도 좋아. 깨끗한 운동화가 참 마음에 들어. 나이가 많아서 좋아 또는 나이가 어려서 좋아. 손이 참 예쁘더라 그리고 손톱이 깔끔한거 있지. 참 다정해서 좋더라구. 나쁜 사람이라서 끌려. 좋은 향기가 나더라니까. 대화가 잘 통하니까. 가디건이 참 잘 어울리더라. 데님셔츠가 깔끔하게 떨어지던데. 아메리카노를 먹드라고 그것도 시럽을 안넣어서. 책 읽더라 그 사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대사들이 자주 나오곤 한다.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좋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좋은거야 라는 말을 들을때면 기분이 이상하다. 이유가 있어서 좋아지기 시작했고 좋아해서 이유가 생겼고 이유가 많아서 좋아지고 좋아져서 그 이유가 없어지는 착각을 갖고 처음부터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냥 그 사람은 내 운명이었다 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어떤 감동을 더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도 같지만 분명 이유가 있어서 좋아했는데 왜 갑자기 그런 말들을 꺼내놓아 사랑을 극대화 시키고 싶은 것인지 이해는 가지만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_ 그냥 좋은거지" 좋아하는 감정에 너무 충실해서 너무 좋아해서 그것에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들에 대해서 이유를 갖다 붙인다면 조건화되고 어쩌면 치졸해 보이기도 할 것 같지만. 그건 조건적인것도 치졸한것도 아닌 자기 생각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진실된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진정성이 있는 관계하에.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이유를 쉴새 없이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래서 좋아. 천백만 가지 이유를 대며 날 좋아한다고 말해준다면 세상 어느것 하나 부러울 것이 없을 것도 같다. 가끔 아주 가끔 자기 감정에 취해 니가 그냥 좋아 너무 좋다. 라고 말해줘도 된다. 그럼 그 감정이 배가 되겠지.
물론 이유를 대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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