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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보통의 일상

스쿠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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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고

 

 

 

 

 

 

 

 

 

 

 

 

 

 

 

작년, 아니지 재작년 1231일 송구영신예배를 혼자 드렸었다.

 

내가 의미하는 송구영신이란 일년 중 큰 행사로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어릴 적 기억이 있다. 내가 뱃속에 있기 전부터 우리가족은 교회를 다녔다.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 내 할머니는 자기 손으로 교회를 지었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 교회에서 생을 다했다고 할 만큼 헌신적이었다. 엄마아빠를 따라 아주 어릴 적부터 교회를 드나들었지만 머리가 크고 부터는 교회를 잘 나가지 않았다. 교회에서 노는것보다는 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즐거웠다. 그래도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녀서 어떤 기본기? 같은 건 있지만 주일예배에 매일 참석하는 착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었다. 교회를 나가지 않는 나에게도 꼭 나가야하는 날이 두 번 있었는데 그건 온가족이 참석하는 교회의 큰 행사 바로 크리스마스 그리고 송구영신이었다. 크리스마스때에는 모든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예수님의 생신을 축하했다. 큰 케익을 강대상 바로 앞에 두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나중엔 모두가 교회 식당에서 그 케익을 맛볼 수 있었다. 송구영신에는 새해가 오기 몇시간 전부터 준비를 하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며 지나간 날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찬송가 301장을 부르며 지금까지 지내온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찬송을 불렀다. 그리고 12시가 되기 10초전 십,,,,육오사삼이일카운트를 다같이 외치며 새날을 축하했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찬송을 불렀다. 예수님이 좋은걸 어떡합니까~ 예수님이 좋은걸 어떡합니까~ 세상에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수님이 좋은걸 어떡합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저 가사가 맞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이 노래가 그렇게 흥겨울 수 가 없었다. 권사님들은 맨 앞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불렀다. 그 중 한 어깨는 우리 할머니의 어깨 였다. 이런 생생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지나간날을 마무리하고 새날을 시작하는 이 송구영신예배에 담긴 의미는 나에게 아주 크게 다가온다. 이십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말이다.

 

 

 

 

 

 

 

 

재작년에 혼자 송구영신을 드리면서 이런 기도를 했었다. 내년 송구영신에는 내 옆에 누군가 있게 해주세요. 그 누군가가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고 기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기도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송구영신 그리니까 이번 송구영신에 내 옆에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긴 있었다. 매번 한국에와도 주일 예배도 같이 잘 못드리던 언니와 함께 말이다. 어릴때와는 다른 교회지만 이날만 되면 언제나 울려퍼지는 찬송가 301장을 부르면서 언니몰래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내 모든 세월을 다 담아가는 앞으로도 담을 찬송같다고 해야할까...? 언니와 예배를 드리면서 다시 한번 기도를 했다. 기도를 했다기 보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송구영신을 드리는 날을 상상했다. 내 상상은 기도니까 기도라고 해야겠다. 그에 더해 나의 미래를 함께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있다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도 잠깐 생각했다.

 

 

 

 

 

아빠는 스쿠터를 타고 직장을 다녔다. 일요일이면 그 작은 스쿠터에 온가족이 올라 타고 교회엘 갔다. 그때의 나는 당연히 꼬맹이니까 가능한 네명이 함께 오토바이 타기였다. 내가 맨 앞에서 전두지휘를 맡고 아빠는 운전을 하고 언닌 아빠등에 엄마가슴에 끼어있고 엄마는 뒤에서 무게중심을 맡았다. 온가족이 착 달라붙어 교회에 가던 날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의 우리를 사진에 담았을 것 같다.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했던 나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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