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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downy/보통의 일상

소소한 사건들4

 

 

 

 

 

 

 

 

 

 

 

 

1

가쁜 숨

 

 

 

 

 

숨 쉬기가 곤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쁜 숨을 몰아 쉴 때가 있다. 빠르게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워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하게 죄여오면서 숨쉬기가 힘이 든다. 어디가 고장난 걸까.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래도 괜찮다는 것.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그래도 괜찮다는 것. 어느 날 어떤 전시였던가. 신문 한쪽면에 적힌 대통령의 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문장을 보고 가슴 저렸었다. 나는 그를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것.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것.

 

 

 

 

 

 

 

 

 

 

 

 

 

 

 

2

맹렬했던 일년 전

 

 

 

 

 

아주 오래전 밤을 뛴 적이 있었다. 내가 왜 뛰는지에 대한 목적의식 없이 청춘을 이기지 못해 초등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며 뛰었다. 거의 매일 밤 음악을 열댓곡씩 들으며 뛴 결과 살은 5키로 정도가 빠졌고 내 청춘을 느낀다는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근데 지금은 그런 청춘의 기운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아마도 뛰지 않아서 겠지라고 단정 짓지만 또 그런 것 만은 아니다. 밤이 무서워 아침을 감사한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밤이 무섭고 두렵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을 체온으로 나눠 이기려고 발악 하지만 그것도 잘 되어지진 않았다. 샤워를 하면서 생각한다. 샤워로 체온이 따뜻해 져 잠이 잘 왔으면 좋겠다고 날이 보드라워 지니 보드 생각도 난다. 이번 봄에도 운동화를 질끈 묶어 뛰어 볼까. 등산화를 질끈 묶어 산을 오를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면 나는 아직 청춘 같다. 맹렬하게 움직이던 일년 전 그때의 나는 노곤함과 약간의 피로감을 좋아했다.

 

 

 

 

 

 

 

 

 

 

 

 

3

사진은 매우 다정한 행위이다.

 

 

 

 

 

내 사진첩에는 가 있다. 내 사진첩에는 가 있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들어 있다. 가령 최근에는 책속의 좋은 문장이든가, 봉미소씨와 렌즈씨의 사진 찍는 열정적인 장면이라든가, 부동산에 다니며 알아본 집들 사진이라든가 하는 어디에 내 놓을 수도 없는 그저 그냥 그런 사진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필름 카메라는 가방에 넣어 잘 들고 다닌다. 내가 뭘 찍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그런 사진들. 좋아하는 것을 담는다. 기록하고 싶은 것을 담는다. 사진첩 속에 내 사진은 없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건가? (그래도 여행할 때는 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여행할 때 만큼은 내 자신이 좋은가보다.)

를 찍는다. 너를 담는다.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의 수단.

 

 

 

 

 

 

 

 

 

 

 

 

 

 

 

 

 

 

 

 

 

 

 

 

 

 

 

 

 

 

 

 

 

 

 

 

4

연애의 목적

 

 

 

 

 

사계절 손발이 차갑다. 어릴때부터 몸이 차서 보약을 일년에 한번씩은 꼭 먹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날이 조금만 쌀쌀해도 손이 차갑다. 보약을 안먹어서 그런가.. 유독 추운겨울은 길다. 얼릉 날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겨울은 계속 길어지기만 한다.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을 많이 한다. 펭귄 파블로 같이 핫팩을 무장해볼까, 난로를 업어 볼까, 욕조를 뜯어서 가볼까(아 난 욕조가 없다) 결국 따듯한 곳에 간 파블로는 선글라스를 쓰고 선탠을 하며 살았을까?

따뜻함에 약하다. 따뜻한 체온, 따뜻한 손길, 따뜻한 눈빛, 따뜻한 몸짓. 불쑥 들어와 내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만 한다면 날 가지라고 호소 할지도 모른다. 그 따뜻함을 주세요. 그 체온을 데려가지 마세요. 그 온도로 나를 녹여주세요 하고.

 

 

목적이 있다. 내 목적은 너의 체온과 나의 체온을 맞대는 것. 그리고 데워진 체온으로 너를 나를 말하는 것. 이 것.

 

 

 

 

 

 

 

 

 

 

 

 

 

 

 

 

 

 

5

머문 자리

 

 

 

 

머문 자리를 정리해야하는 시기. 3년을 일했던 이 1평 남짓한 책상을 정리해야한다. 그리고 3년간 잠을 자고 날 맞이해 주었던 수풀림 7평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해야될게 참 많다. 이별이 없을 것처럼 벌려놓은 것들이 많아서라는 말이 가슴이 와 닿았다. 눈 앞에 들어나는 사물들은 차곡 차곡 정리하고 버려야 할 건 버리면 된다. 내 책상에 있는 잡지 더미, 내 간식들, 그리고 컴퓨터에 남은 흔적들. 하루만에 끝날 것들이다. 그리고 내 방도 천천히 박스에 담아 다음 집에 풀어 놓으면 된다. 내 소중한 책과 수집품들 그리고 책상, 쇼파 등등 그 집에서 버려야 할 것들을 축출하는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새집으로 이사갈 때 만큼은 정말 심플하게 살고자 노력할 것이기에 버리기를 담담히 하려고 하지만 잘 해낼지는 모르겠다. 사람과 이별하는 방법은 뭘까. 그 사람과 같이 했던 것들을 눈물로 정리하는 것? 그 사람과의 추억을 잊은 듯이 사는 것? 물건 버리는 것 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데 그 사람과의 추억과 사랑은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해나가야 할까.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별도 많이 해보면 나아질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별은 절대적인 것 같다. 그때에도 같았고, 지금도 같을 것이다. 이별을 많이 해보니 괜찮다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이 시간이 지난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을 아는 것. 시간을 견뎌내는 것.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그게 내가 아는 이별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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