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앓이
자꾸 배앓이를 한다. 하루걸러 배앓이 중이다. 오늘은 화장실만 5번을 갔다. 괜찮은 걸까. 생각은 두부를 으깬 샐러드 같은걸로만 끼니를 채우고 싶은데 현실에선 고기, 라면, 치킨, 빙수 같은걸 먹는다.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 겠다. 입에 달다고 다 먹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있다. 알고있지만 마음대로 되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2
버스 정류장
택시가 83대가 지나갔다. 중간에 버스에 가려 놓친 택시도 있겠지만 내가 본건 83대니까. 해가 늬엿늬엿 지는 것을 바라보고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고 가야만 하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한시간? 두시간? 핸드폰 배터리는 9%를 보여준다. 책을 들고 나오지도 않았다. 10분이 한시간 같이 흐른다. 기다림을 잘한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함이었다. 기다림을 지독히도 못한다. 도시의 밤은 이랬다. 도로위를 쌩쌩 달려대는 차들, 이제 집으로 가는 사람들, 술취해 비틀 거리는 직장인, 상처를 드러내는 문장들, 슬슬 오르는 한기, 그저 빨리 잠들고 싶은 본능.
3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이언맨
언젠가 이런 글을 쓴적이 있다. "어디 스파이더맨 없나? 배트맨이나 슈퍼맨, 아이언맨 있잖아 아니면 파워레인져라도 ... " 재미를 한참 찾던 시절에 늘 그에대한 결론은 연애였는데 말이다. 말도 안되는 스파이더맨, 슈퍼맨 찾기는 이제 하지 않는다. 무얼 찾느냐고 물으면 사랑을 찾고, 진정한 사랑을 찾고, 행복한 사랑을 찾고, 후회없는 사랑을 찾는다고 말할 것이다.
4
all alone
읽고 있는 책이 두권 있으니 일단 마음은 놓인다. 다음에는 무엇을 읽을까 하는 고민은 행복한 고민중 하나다. R.B의 소소한사건들을 계속 읽고싶었다. 그 책을 읽으면 글이 막 쓰고 싶어질까? 그럴것도 같다. 먼훗날의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고 산다. 다음달, 다음주 당장 내일의 일도 예상할 수가 없다. 예상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건 내 성질의 문제같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 가슴 벅찬 소리를 듣고싶다. 그 소리만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이건 아버지께로 부터 오는 감정이다. 내가 우선순위가 아닌것에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온다. 외로움을 견뎌내기엔 내가 너무 외롭다. 아버지는 외로움을 못느끼시는 분이시다. 호주친구가 내가 어른이 되어가나보다라고 했다. 내가 예전에 도데체 어땠길래라고 물었더니 사랑받고 자란 아이, 때 묻지 않는 순수함 이라나 말도 안된다. 때 묻지 않은 ... 이라니 말이다. 세상을 알아낸 것 같다고 그러니까 넌 어른이 되었다. 세상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지만 나는 세상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마음을 다해 그를 기다리고 맞아들였는데, 이런 지극정성은 보통 내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점심 먹을 때부터, 그의 수줍음 혹은 거리 두는 태도에 난 두려워졌다. 우리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은 이제 전혀 없고,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그에게, 내가 낮잠 자는 동안 침대 위 내 옆으로 와서 있어 달라고 했다. 그는 아주 상냥하게 침대 쪽으로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더니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그의 몸은 아주 멀리 있어서 내가 그쪽으로 한 팔을 뻗어도 아무 느낌이 없는 듯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게 맞춰주려는 태도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재빨리 다른 방으로 가버렸다. 일종의 절망감 같은 것이 와락 밀려들어, 나는 울고 싶었다. / 소소한 사건들 197p_유연한공간에서 발췌
5
5/13
대화를 하는 중에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의 생각에 고개를 까딱까딱 혼자만의 생각에 말하기 전 미리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 생각을 유추해 본다. 주어를 넣지 않고 문장을 말하는 말 버릇에 여러번 속는다. 매사에 진지한 사람, 농담을 잘 할 줄 모른다. 이젠 곧 잘 농담을 받아친다. 그리고 나에게 농을 건넨다. 나는 다정함을 모두 다 갖고 싶다. 가끔씩 비춰지는 시니컬함에 거림감이 느껴진다. 너를 괴롭히는건 항상 나다.
6
정체성 67p
너의 죽음을 통해 너는 너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내게서 앗아 갔지만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지.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자유로워 졌단다.
7
고통의 무게
끙차- 다시 힘을 내본다.
#photo by. ssun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존고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_백석
'ulTradowny > 보통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소한 사건들3 (0) | 2016.11.18 |
---|---|
경주 가고 싶다. (1) | 2016.07.20 |
1월부터 6월까지. (0) | 2016.07.15 |
소소한 사건들 (0) | 2016.05.10 |
10월부터 12월까지 (0) | 2016.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