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대한 결심
나는 지금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한편으론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반쪽의 세상을 만나 그 세상을 알게 되면 될수록 커지는 행복함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개인적인 행복함이지만 그와 동시에 함께 찾아오는 불안함은 우리를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낸다. 알고 있을까 나의 불안함과 말로 다할 수 없는 나의 행복함을 말이다.
나는 줄 곧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인생 전체를 걸어 사랑할 존재. 내 마음을 모두 보여주고 의지할 존재. 내 초라함과 내 어리석음 내 피곤함 내가 겪는 어려움 내 절망감 나의 버릇없음 나의 이기심 이 모든것을 알고도 나를 사랑해줄 존재. 나의 모든 마음을 꺼내 보여줘도 나를 안아줄 그런 존재를 기대하고 바래온거다.
2
카페인
감기기운을 일주일째 안고 있는데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렇다고 심해지지도 않고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애매함에 신경이 곤두선다. 감기에 카페인이 좋지 않다는 기사를 본것도 같은데 어제는 잘 참고 레몬티를 마시다가 결국엔 핫초코를 먹었고 오늘은 그냥 참지 않고 오전부터 라떼를 마셨다. 그래도 아메리카노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라떼를 택했다. 잘했다 싶은데 이게 잘 한건가 생각했다. 회사 카페에 올라가 부장님이 커피를 사주시는데 커피 한잔에 이벤트 응모가 있어서 쪽지를 하나 뽑았는데 당첨이 됐다. 축 당첨 음료 1잔 증정. 기분이 약간 올라갔다 다시 내려온다. 카페인을 끊어 낼 수 가 없다. 중독은 무시무시하지만 달다.
3
헝클어지다
기다림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벗어나야만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가 있다. 매번 헝클어지고 싶은 감정과 싸운다. 그리곤 자주 져버린다. 기다림의 시간은 분명 존재하고 또 감당해내야 하는 시간들이지만 가능한한 기다리고 싶지가 않아진다. 제일 취약한 곳을 콕 찝어 시험 보는 기분이다. 이 시험을 잘 통과해 낼 수 있을까.
4
쉽게쓰자
좋은 글을 볼 때, 기분이 아주 좋을 때,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날씨가 좋을 때, 빛이 좋을 때, 비가 올 때, 맘에 드는 노래를 발견하고 계속 듣고 있을 때, 하루를 마무리하고 개운하게 씻고 쇼파에 앉았는데 컴퓨터가 보일 때, 일찍 일어나 버렸는데 할 일이 없을 때, 카페에 앉아 있을 때, 전철에서 긴 시간을 보낼 때, 회사 책상에 앉아있을 때, 석양을 볼 때, 새벽의 온도를 봤을 때, 일요일 오후에, 혼자일 때, 혼자가 아닐 때, 사랑 할 때, 사랑하지 않을 때,
5
감각의 무게
그 처음의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의 감각을 포기하라고 하면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겹겹이 쌓인 감각의 무게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게 내 결론이다.
6
잘자
요즈음 잠자리에 들때면 금방이고 잠이 들곤 한다. 한때는 잠을 자려고 천장에 수많은 상념을 그리며 뒤척거렸더랬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참 괴로운 일이었다. 지금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잠이 든다. 내 포근한 이불속에 눕기까지 많은 일들을 해놓고 자야하지만 말이다. 가령 출근 전 정리 하지 못한 이불가지를 털어내는 일, 널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는 일, 밀린 빨래, 마무리하지 못한 설거지, 디퓨져에 물을 받아 놓는 일, 샤워를 하는 일, 잘자라는 인사를 하는 것 등등 많은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누우면 정리되어지지 않는 현실속의 문제들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쾌적한 기분도 찾아온다. 하지만 정리해야하는 일들 중 하나라도 누락 된다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나열해 보면 어렵지 않은 일들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다. 때론 사소한 일들을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울 때가 있다는 걸 절감하는 나날이다.
7
조
월요일에 조를 만났다.
8
사고의 마비
덜컥 겁이 났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존재를 미친듯이 찾아 헤맸다. 보이지 않았다. 들리지 않았다. 목이 마르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모든 감각이 마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 하나의 감각만이 존재 했다. 그 어느것도 원하지 않았다. 살아만 있으면 됐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되뇌였다. 어둠이 원망스러울 즈음에서야 빛이 들어왔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지만 나는 또 뒤돌아 욕망을 들어낸다.
9
늪지대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매달 2년동안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돌아오는 말일. 나를 월세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만드는 이곳의 통치를.
10
아들딸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는 말을 드라마에서 자주 들었던가? 맞다. 다 소용없다. 지금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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