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두가 캠프를 떠났다. 2박 3일동안은 캠프를 가지 않은 폴이라는 학생과 함께 그리고 깨우언니 부부와 함께 이 집에 함께 머물러야 한다. 아이들이 없는 집은 정말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지이이잉하고 소리를 만들어 낸다. 밖으로는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와 개짓는 소리 그리고 새소리가 계속이고 들리고 있다. 방음이 잘되어 있지 않아 옆집사람들의 소리도 들린다. 뭐라뭐라 하는데 그냥 앵앵거리는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 그리고 문밖으로는 루시가 움직이며 내는 방울소리와 함께 야옹하고 울어대고 있다. 도서관에 앉아있다. 노란색의 티를 입은 폴이 아까 나한테 영어로 왜 함께 가지 않았냐고 묻는 것도 같았는데 대답해줄 말이 없어 그냥 모른다고 했다. 그것도 한국말로. 알아들었으면 됐다 한다. 오늘까지가 송크란 기간이라 내일부터는 부지런히 밖으로 다닐 생각이다. 오늘도 나갈까 했지만 물 맞기 싫다.
2
작년과 이번년도에 똑같은 목록을 적어냈다. "혼자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
혼자 있는 것이 좋지만 싫기도 하다. 싫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다. 혼자있기를 애쓰고 혼자있을 수 있음으로 둘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 어느 때 부터인가 무던히도 혼자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캠프에 같이 가자는 언니의 말에 같이 갈까도 싶었지만 가지 않았다. 혼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라는 강박적인 생각도 한 몫했고 그냥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어릴적엔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물론 혼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 갈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영화를 혼자 본다거나 밥을 혼자 먹는다거나 혼자서 미용실을 간다거나 쇼핑을 혼자서 한다거나 전시를 혼자 본다거나 카페를 혼자가는 일 혼자서 여행을 하는 일 등등 혼자서 누릴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이 있음을 조금 뒤늦게야 깨달았다. 물론 혼자 있을때면 외로움과 고독과 같은 감정들이 있지만 이젠 그런 감정들 조차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류의 감정이 없으면 뭔가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은 듯한 허전한 느낌이 찾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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