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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쳐다본다. 여든여섯인데도 마치 흐르는 세월과 특별한 계약을 맺은 것처럼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찌를 듯한 연푸른 눈이었는데, 마치 냄새를 탐색하는 개가 코를 찡그리듯 이따금씩 눈을 찌푸렸다. 그 눈을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가 얼마나 무딘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눈이지만, 순결하다기보다는 관찰에 중독된 눈이다. 눈이 영혼의 창이라면, 그의 창에는 유리도 커튼도 없으며, 그는 늘 창틀 곁에 서 있고 어느 누구도 그의 시선이 미치는 곳 너머를 볼 수가 없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그 순간의 느낌은 선생 자신의 모든 감각이 최대한으로 예민하게 가동된 상태, 다시 말해 일종의 제육의 감각-제삼의 눈이라고 그가 거들었다-으로부터 오나요, 아니면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오는 메세지 인가요?
....
이게 바로 내 답이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지요. 거기에는 자신이 손으로 베껴 쓴 글이 적혀 있었다. 받아서 읽어 보았다. 1944년 10월,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 막스 보른의 아내에게 부친 편지에서 인용한 글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내가 느끼는 연대감은 너무나 커서, 한 개인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죽는가는 내게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존 버거 [글로 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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