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 1거울과 렌즈는 두 가지 사물이나 사실, 같은 것이다. 어떤 모습을 카메라로 잡으려고 하는 인간이 카메라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댈 때 렌즈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그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왜 이걸 선택하고 저건 선택하지 않는가? 결국 한 인간이 선택한 모습이나 순간은 그 인간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열쇠는 아닌가. 이때 세계는 결국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2다음 계절은 한 계절을 배신한다딸기꽃은 탁한 밤공기를 앞지른다어제는 그제로부터 진행한다덮거나 덮힌다성냥은 불을 포장한다실수는 이해를 정정한다상처는 상처를 지배한다생각은 미래를 가만히 듣는다나중에 오는 것은 적잖이 새로운 것네가 먼저 온다 시간은 나중에 온다슬프게 뭉친 것은 나중까지 오는 것이다희부연 가로등 밑으로도 휑한 나뭇가지로도 온다한번 온 것.. 더보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느닷없이 터져난 눈물은 마음을 한결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어난 일을 부인하면 마음이 울음을 계기로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총동원해. 그 문장을 통해 그는 세상에는 아무리 모든 것을 총동원해도 이뤄질 수 없는 꿈이 있다는 걸 납득했다. 눈물이 흐르고, 그 다음에 우울이 지나갔으며,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슬픔을 납득했다. 그런일을 겪고도 자신은 살아남았으므로 또 뭔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히면서도 위로했다. 그렇게 해서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그는 집에 있는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연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더보기 어디있니. 거제도의 어느 치킨집의 개 이름은 '꼬꼬'다. 그 치킨집의 이름은 바람난 꼬꼬댁이다.꼬꼬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고, 두번의 임신을 했다. 어느 날 꼬꼬는 없다. 이름을 잘 못 졌다. 아니면 치킨집 이름을 얌전한 꼬꼬댁이나 현모양처 꼬꼬댁이라고 지을걸 그랬다. 더보기 숨냄새. 숨냄새, 숨냄새에 잠이 들었다. 흠 하고 보내주는 바람에 눈을 감고 숨냄새를 맡았다. 숨냄새가 필요해 너를 찾았다. 그 냄새를 잃을까. 두려움이 밀려든다. 숨냄새를 잃을까. 그사람을 잃을까. 그 어느쪽도 두렵긴 매한가지. 더보기 물탱크 WAteR, Tank * 028 더보기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