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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에 오롯히 혼자 앉아있다. 주일엔 예배를 드리고 그 다음의 시간은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시내를 나가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수있는 자유로운 시간인 듯 하다. 이 곳은 4층까지 이루어져 있다. 1층엔 매시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고 2층엔 예배당과 목사님이 지내시는 방이 있다. 3층 부터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과 아이들이 잘 수 있는 3개의 방이 있고 1개의 상담실과 샤워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그 중 도서관은 와이파이가 아주 잘 되는 곳으로 이곳에서 주로 컴퓨터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사방의 벽으로 책상이 여러개 붙어 있다. 아이들 마다 각자의 자리가 존재하고 그 책상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누군 경영에 관심이 많다. 경영에 대한 책들이 쌓여있고 누군 책상은 잡동사니가 막 널부러져 그 사람의 성격을 살짝 엿볼 수 있고 누군 인형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그 책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도서관의 한가운데 큰 나무 테이블 두개가 나란히 놓여져있다. 테이블당 두개의 의자가 있고 난 그 테이블 중 하나의 테이블에 자리잡아 망고를 먹으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종일 무언가를 쓸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 무언가가 무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무언가를 쓰고 싶어 졌다.
한국에선 전세를 얻든 월세를 얻든 하나의 집을 가질 수 있지만 이곳은 집한채를 통으로 렌트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의 방한칸과 태국에서의 집한채 값이 별반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 이점을 생각하면 집한채?하고 집한채를 렌트할 수 있다?면 여기에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그건 아니지 싶다. 말했듯이 태국은 사람이 터를 잡고 살아가기가 힘든 곳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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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몇일동안 흐리멍텅 하더니 방콕의 우기라고 한다. 우기...장마...그냥 비가 오는것도 모자라 우기라니 참 날을 잘 맞춰왔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비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그림이다. 어딜가든 비구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비가 쏟아지진 않는다 차라리 쏴아아- 하고 쏟아졌으면 좋겠는데 습하고 끈적끈적하고 덥다.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기에 그 습한 기운에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한번씩 나갈때면 습습한 기운에 기분이 다운된다. 송크란 축제가 시작됐다. 밖에선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물을 뿌리고 있는 듯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한동안은 밖으로 다니는걸 삼가해야 한다. 아무나 보면 물을 뿌려댄대기에 그냥 얌전히 집안에 있는게 최선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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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실내에서 실외로 나가지 않았다는 건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을 통해 오늘 날씨가 어떤지 집앞에 크게 자리잡은 나무를 통해 바람이 얼마만큼 부는지 에어컨이 있던 방에서 밖으로 나가게 되면 지금 온도가 얼마만큼이나 덥고 습한지를 절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점심을 챙겨먹고 사진을 올리고 한두시간 정도 글을 쓰고 쓸 것이 없어 컴퓨터를 닫고 내 방으로 갔다. 침대에 누워 해가 침대 왼쪽 방향에 있는 창문으로 떠올라 침대 앞에 있는 창문으로 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낮잠을 잘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고 그냥 빨리 한국으로 갈까를 생각하다 읽을 책도 없는데를 생각하다. 침대 앞으로 자리 잡은 창문으로 모호하게 빛이 떨어지는 것을 잠시 관찰하다가 최근에 새로 알게 된 마음의소리 웹툰을 몇편 보다가 책을 집어 들어 몇 장 넘기다가 끔뻑 잠이 들었다. 잠은 아까부터 밀려들었었다. 참고 있었는데 잠을 잘 자려고 책을 집어 든건 아니지만 책 덕분에 잠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여기선 낮잠은 필수요건으로 무기력해지는 몸에 쉼을 더해주는 하루의 일과이다. 난 덕분에 밤에 쉽게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원래에도 잘 못잤지만 ..그렇다고 낮잠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라 그냥 저냥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잘 자는 건지 잘 못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듯하게 잠을 청하고 있다. 슬며시 돌아오는 소리들은 낮잠에서 깨워야 되는 시간을 알린다. 하지만 내 몸은 더 자라고 아우성 쳐댄다. 자고나면 힘이 더 쭈욱 빠지서 무기력은 극에 달하는 상태가 된다. 그 극의 좌표를 찍을 즈음 조금 깨어있는 내 정신은 더 잘 건가 이쯤에서 일어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짜장면인가 짬뽕인가 아메리카노인가 카푸치노인가 래글런티인가 스트라이프티인가 필름인가 디지털인가 캐논인가 니콘인가 애플인가 삼성인가를 고민하게 하듯 나를 선택의 절벽으로 밀고 있었다. 결국엔 일어나자를 선택했고 물을 조금 들이키고 도서관에 와서 미학오디세이에서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플로티노스의 예술미의 정의를 알아보고 그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예술가가 거기에 부여한 형상에서 나오는 것. 원래 이 형상은 예술가의 내면에 있는 것. 이것이야 말로 정신세계에 잇는 순수한 예술의 정신, 예술 그 자체임을 말하는 대목을 좀 보다가 아 이 사람은 내면을 그러니까 예술가가 예술가의 내면을 통해서 창작을 한다는 아주 현대적인 관념을 중세시대에 플로티노스가 말했구나를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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