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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바다를 보고 싶었어. 지금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있다는데 그러니까 서울에도 내리고 송탄도 성환도 제주에도 내리고 부안도 내리고 거제에도 비가 내리고 있는 거겠지. 부안에서 비가 촥촥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고도 싶었는데 사진으로 본 곰소만도 꽤 괜찮은 것 같아. 오리털을 입은 오리들은 늘 그렇듯 그곳 그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나무로 만든 발코니엔 비가 내리며 빗모양을 만들어내는 사진에서 그러니까 어떤 공기와 냄새 분위기를 느꼈는데 그 분위기가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워도 꽤 괜찮은 느낌인듯보여. 글을 보고서 생각을 했었어 지금도 진행중인 생각이고 아직 그렇다할 결론은 내어지지 않은 상태야.
"나는 부탁을 할때마다, 그걸 멋지게 해줄때마다 좀 겁이나. 다음번에 도움을 받을 때 미안한 마음이 안생기면 어떡하지. 습관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고마움을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나는 지음과 지음의 관계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어, 우리 이제 5년차잖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인데 그 시간동안엔 기억하기론 없는 듯해 뭐 앞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 근데 뭐 느끼면 어때 지음과 지음인데. 지음과 지내면서 그래 상황이 그랬잖아 많이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이었고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상황이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근데 어떤 도움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고 말해주는 네가 고마웠는데 고맙다고 말안했으면 했어 고맙자고 고마움을 받겠다고 하는 그런 일이 아니었거든 근데 또 다른 생각을 해봤어 네가 고맙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고맙다고 말하는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을 거 아니야, 고마워해줘서 고마워.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네가 고맙다는 것을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움을 잊어버릴 수도 있잖아? 사람이란게 그럴수도 있잖아(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넌 무차별로 고맙다고 하는 애니까) 그런 상황도 생각했거든 근데 그렇다면 그랬다면 난 어땠을까 생각해보건데 난 내가 생각했던 만큼 그렇게 큰 그릇이 아니더라고 고맙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조금은 서운해 했을지도 몰라 근데 그런 상황은 안 겪어 봤으니까 확실히는 모르는거야. 그러니까 그냥 그렇다고. 우리 불편하자 불편해보고 부끄러워도 보고 실재계도 가끔 들여다 보고(가끔) 앞으로 있는 시간들에서 겪어보자. 치열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대화하자 우리식의 치열함. 조용한 치열함.
추신. 절름발이 소녀를 위해서 상아가 있는 코끼리 지팡이를 만든다고 했잖아. 절름발이 소녀는 무엇을 해야되냐면 상아가 있는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도록 절름이지 않아야 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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