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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몇 안되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우 사적인 관계가 몇 있고 공적인 관계가 몇 있다.(가족은 빼기로 하자) 근데 저 몇이 정말 몇이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다섯손가락이 아닌 것을 안심해야 하나. 관계를 가지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들이 많이 생겨난다.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일들도 많지만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을 끼쳐야 할때가 많다. 가령 피치못하게 무엇을 부탁해야한다거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일들이 평소때에는 괜찮지만 자신이 힘들거나 어려울때에는 그 불편한 상황들이 불편하게만 다가오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불가피한 상황속에서도 불편한 관계 안에 내포되어 있는 불편함이라는 감정이 불편한것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언니들과 함께 통로에 있는 디저트카페엘 다녀왔다. 유명하다고 하더니 10분 정도 대기를 하다가 겨우내 자리가 생겨 앉을 수 있었다. 맛잇는 점심과 정말 잘생긴 디저트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마켓에 들렀다. 내일 모레면 한국으로 떠나야 하기에 언니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또 다른 언니가 내일 맛있는 점심을 해준다며 장을 보고 있는 중에 음식재료를 담았다. 집으로 돌아와 더위에 축쳐진 몸을 잠시 늬였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직 점심에 먹은 것이 소화가 안되어 밥을 좀 덜어내고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언니가 내일 버섯찌게를 끓여준다고 했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언니가 "언니, 괜찮아요 괜히 우리 때문에 안해줘도 되 힘들잖아-"라고 말했다.(언니가 장염으로 인해 음식을 잘 못먹고 있긴 했다. 근데 이미 재료까지 다 사놓은 상태가 아니던가?) 가까운 사람에게 지독히도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저 성격이 아마도 우리가족이 가지고 있는 성격일 건데 그 중에서 제일 최고는 우리 언니가 아닐까 생각했다. 미친배려라고도 불리는 저 배려가 온전히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나도 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파생된 배려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좀 불편해도 되지 않을까 속으로 질문했다. 물론 예의있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괜찮아요 라는 말이 오가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20대를 온전히 같이 보낸 언니에게 부담을 좀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우리 언니에게만 국한되어진 일이 아니다 가족력은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존재이기에 나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생각한다. 좀 불편해도 된다. 불편하게도 하고 부담을 가지기도 하고 조금의 스트레스도 받고 이렇게 불편한 그러니깐 좋은 불편함을 가지고 맺는 관계가 가끔은 진정성 있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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